나른한 화요일 오후 1시즈음..
고객중 한분인 김선생님이 다소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채
찾아오셨다.
"아니 선생님께서 어떻게 이리 누추한데까지..
강의하시느라 한참 바쁘실텐데"
관악구 봉천동에서 제일 유명한 학원의 영어강사로써 수천만원정도
투자를 하고있으며 작년 약세장에 손해를 많이 본 고객이다.
"류팀장! 한순간의 잘못으로 1억 천만원을 날렸어
작년 주식으로 받은 손해액도 전부만회하고 몇천 챙길뻔했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어떻게 된일이고 하니.."
그는 말하는것이 전공인듯 실감나게 말을해댔고 그의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토씨하나 빼놓지않고 경청했다.
지난주 수요일밤에 선생님은 이상한 꿈을 꾸었단다.
한스님이 옛날 서책을 들고 보여줄듯 안보여줄듯 약을 올리더란 것이다.
선생님은 어떻게든 내용을 보려고 막무가내로 스님의 서책을 빼앗으려고
실랑이하다 와이프가 깨우는 바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쿠 그서책의 내용을 봤어야하는데..."
입에 침을 튀기며 신나게 얘기하고있는 그에게 커피를 마실것을 권했다.
"긴디 와이프한테 그얘기를 했더니 좋은꿈같으니 복권을 사라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사셨군요"
"아뇨 그순간이 지나자마자 새까맣게 까먹고있다가
금요일 점심때 식사하러 나가다 우연히 복권방을 보니까 생각이
나서 아무번호나 막찍었죠"
로또에 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입맛이 쩍쩍 다셔졌다.
매주 만원씩 10주에 걸져 샀건만 만원한장 당첨된적이 없는 나로써는
로또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신기할수가 없고 재미있을수가 없다.
"토요일 추첨중계를 손꼽아 보셨겠군요!."
"아뇨 전혀 관심이 없다가 오늘 아침 갑자기 생각나
인터넷으로 조회를 했죠"
"그래서 결과는?"
뜬금없이 이자가 로또얘기를 하면 그건 뭔가 당첨이 됐다는 얘기다.
그렇치않고 꽝난것을 이리 길게 얘기하는 경우는 본적이 없기에
더욱 입맛을 다시고 다구쳤다.
"1등이 당첨번호가 1,20,26,28,37,43번이 이었는데..
제가 찍은 번호중 하나가 1,25,27,28,37,43이었던 겁니다."
"아이고 아까비 4등되셨겠네요
4등도 매우 힘든데 축하드립니다.
상금이 얼마나 됩니까?"
"18만원... 그나저나 그서책의 내용만 봤으면 1등일텐데..."
"강제로 뺏아보려고 하는데 어느 스님이 그 책을 보여주겠어요?
시주를 하셔야죠 시주를..."
김선생님은 아깝다는듯 4등 당첨번호가 찍어진 전산용지와 당청금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처음에 1억천만원을 날렸다는것은 무슨 소립니까?"
"그게 너무 아깝다는것 아닙니까? 제 판단착오로.."
김선생님은 원래 1,26,27,28,37,43을 찍으려했는데 26,27,28이 너무
연속해서있고 성의가 없어 당첨가능성이 희박할것으로 보여
26번을 25번으로 고쳤다는것이다.
그랬으면 1,26,28,37,43번에 보너스 번호 27까지 맞아 2등이 당첨되
1억1천만원을 수령하게 되있었던 것이다.
즉 번호하나 잘못바꿔 1억1천만원이 붕 하늘로 날아가버렸고 고작
18만원 수령한것이다.
"그걸 왜 고쳤습니까? 돈을 피하네요 돈을..."
"제 팔자가 그것 밖에 안되나봐요 그것밖에"
"그래도 저보다 낫네요 지금까지 만원짜리 한장 된적이 없고
거기에다 어떤때는 만원어치 찍었는데 숫자하나가 안맞는거예요
숫자하나가... 그것도 1등만큼 힘들텐데.."
"그래요 그런경우도 있어요"
선생님과 웃고 떠드는 시간동안 주가는 플러스 3포인트에서 플러스
10포인트로 급등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