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공식모임이
면서 그동안 수고한 임원진과 새로운 임원진의 이취임식과 한 해
를 보내는 송년회를 겸한 자리인지라 어느 때보나도 의미가 깊었
던 행사였다.
특히 가족동반을 적극 권장해서인지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참석
한 회원들이 많아 더욱 화기애해한 분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언제나 보면 제각기 다른 여럿이 모여 뭔가를 할 때면 늘 수고를
마다않는 친구들이 있어 항상 그 모임이 완성도 있게 진행되는
것 같다.
우리 동기회의 살림꾼 한우찬은 항상 봐도 제대로 행사장에
들어오지도 못하면서 온갖 일을 다한다. 수십개가 넘는 선물을 밤새
포장했다는 이상진은 사회와 함께 이리저리 날렵한
몸매를 자랑하며 뛰어다니기 바빴고, 최근 들어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나원근의 손짓과 발을 굴러대는 육중한(?) 오락진
행의 즐거움은 애어른이 함께 모인 행사를 무사히 즐겁게
마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올해로 회장의 자리를 넘기는 김용섭은 남다른 감회가 있을
것이었고, 새롭게 맞이한 이은호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이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용섭아.
서울에서 빗길에 밀리는 길을 오래 달려 내려온 송인철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무릇 동기들의 얼굴에 잡히기 시작한 주름의 깊이가 더해가고
귀밑머리가 희여가는 걸 보면서 나이가 먹어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게 안쓰럽지만은 않은 것은 이렇게 정겹
게 모여 서로서로 생각해주는 몸짓 말짓을 나누는 걸 보면서
느꼈다. 다들 서로를 많이들 생각해주더라.
적당히 세상맛을 느꼈을 즈음 만나 서로의 존재가
더없이 고마운 것도 알게 되니 나이 먹는 게 굳이 아쉬워 할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누군가 그랬다.
그냥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있는 게 사랑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