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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2006-08-02 11:48 /
Hit.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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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오늘은 어찌어찌하여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아침버스라 그런지 사람은 많아도 지쳐보이지는 않는다.
예전에 보았다.
늦은 밤, 버스 안은 대개가 고단해보였다.
덜커덩거리는 버스가 주는 재미는 불과 5분을 넘기질 못한다.
조금씩 불편해진다.
내 앞에 자리가 하나 났다.
아니 정확하게 내 앞이라기 보다는 서너명의 앞이다.
앉을까 생각하다 그냥 서있기로 했다.
사람들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앉아 있는 게 그다지 편할 것 같지가 않다.
빈자리를 앞에 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약간의 눈치와 신경전을 벌인다.
서있자니 피곤하고, 앉자니 서로 '찌찌뽕' 할까봐 망설인다.
서로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사이, 느껴지는 이상한 눈길
내 주변의 머슴애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
'이거뜰이! 지금 누굴 쳐다보는겨?'
우와! 황당하고 서글프다. 내가 니들의 경로우대자냐?
고삐리로 보이는 애 하나, 대딩 정도 보이는 것들 둘, 이제 신참인 것 같은 깍아놓은 밤 하나...
얘들한테 내가 자리 양보 받아야 하나?
애써 무시하고 창밖만 바라본다.
도마동에서 탄 750번 버스는 엑스포까지 가는데 둔산동네 이리저리 아주 유람을 하고 있다.
곧바로 가면 3~40분이면 될 거리, 한 시간이 넘게 생겼다.
중간에 우루루 왕창 사람들이 내린다.
이젠 앉자 생각하고 맨 뒷좌석에 앉는다.
오랫만의 버스출근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
가방에서 책을 찾아봤다.
있는 것이라곤 어째 선문답 하는 '마법사의 길'뿐인가.
한 장을 읽고 두 장째 들어간다.
글씨가 가물가물...호흡이 잔잔해지면서 눈꺼풀이 사정없이 내려온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방금 읽었던 줄을 찾는다.
그래도 그 다음 줄 넘어가는 게 철책선 넘듯이 힘이 든다.
책을 덮고 창밖을 바라본다.
.......
'그래! 나 경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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