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결국 세종시 수정을 강행하는 패를 던졌다. 수정안은 ‘세종시 발전방안’이란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내용을 보면 행정기관 이전을 백지화하고, 그 자리를 대기업이나 대학 등으로 채우고 있다. 이를 위해 자족용지를 150만평에서 450만평으로 3배로 늘리고 조성가의 6분의 1로 땅을 제공하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국제 과학비즈니스 벨트’도 입지 타당성의 문제가 제기되었는데도 끼워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수정론은 원안을 결코 대신하지 못하고 있다. 수정론은 수년간 추진해 온 국가 정책을 일시에 중단하고 반대 여론을 무시한 채 강행하는 등 추진의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목표는 사라져

수정론의 논거가 부실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발표한 발전방안에서 원안의 문제점으로 보수단체의 수정 요구, 인센티브 부재에 의한 인구흡입(자족성)의 부족, 행정부처의 분리에 따른 연간 3조~5조원의 비용 발생, 선진국에는 행정부처 분리 사례가 없다는 등을 열거하고 있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엉터리 같은 논거들이다.

기실, 심각한 문제는 수정론의 내용이다.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를 표방하지만, 이는 무늬이고 속내는 ‘행정기관 이전의 백지화’다.  이는 세종시 원안에 대한 정치적 곡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국가 중추 관리기능을 국토 중심부에 옮겨 새로운 중추거점을 형성한 후 이를 중심으로 건강한 국토구조를 만든다는 것이 세종시 건설의 목표이자 내용이다.  중추거점기능이 형성되면 도시의 자족성은 저절로 따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안은 도시 자족성 결핍 문제를 엉뚱하게 제기한 뒤 ‘자족적 기업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세종시 건설의 목표는 사라졌고 중추거점도시로서의 세종시 성격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수정론에서 세종시는 실종됐다.

원안에서는 세종시에 구현할 도시기능과 이에 종사할 고용인력의 창출을 중추거점도시에 걸맞게 계획되어 있다. 가령 1.8명당 1명의 고용인력을 창출하되,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16.3%, 공공행정 12.0%, 도소매업 16.0%, 정보산업 11.8%, 건강관리 및 사회보조업 6.5% 등 주로 고차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다. 이런 고용활동은 용지가 그렇게 많이 필요치 않는다. 그런데 수정안은 택지개발촉진법에서 말하는 ‘자족시설용지’ 개념을 끌어들여 자족용지 부족을 원안 결함의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자족용지를 6.7%에서 20.7%로 늘리는 게 수정안의 요체다. 하지만 이는 수정론이 갖고 있는 모든 문제의 뿌리이기도 하다. 늘어난 용지를 채우기 위해 혁신도시 등에 입지할 투자를 이곳으로 끌어들임에 따라 세종시 블랙홀 효과가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대기업에 특혜 ‘관제 기업도시’

또한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유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특혜를 줄 수밖에 없다. 조성가의 6분의 1이라는 것은 평당 190만원의 적자를 의미한다. 이를 전체 용지의 60%에 적용하면 5조1300억원의 국고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상업지 등을 매각해 메운다고 하지만 상업지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은 공공인프라 설치재원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국민이 낸 엄청난 혈세를 지출해 대기업 등을 끌어들이는 꼴이다.

결국 수정 세종시는 정부가 만드는 기업도시, 즉 관제기업도시다. 총 건설비가 40조~50조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도의 돈을 들여 수도권 턱 밑에 인구와 산업의 집중을 초래해 국토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이 사업을 왜 해야 하나? 세종시(행정시)의 주검을 밟고 오지만 ‘관제기업도시’는 결코 원래의 세종시를 대신할 수 없다. 원안을 되살리는 길만이 진정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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